큰애가 이제 고3이 되는데 어젯밤 갑자기 새해 일출을 보러 가자고 했다.
그런 거와는 완전히 담쌓은 줄 알았는데 학원선생님이 추천하기도 하고 친구들도 간다고 해서
식구 전부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와이프나 작은애는 아침잠이 매우 많아 도저히 안 된다고
이럴 때 아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으라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친구랑 같이 가면 되는데 왜 내가?
부산 이기대 동생말 전망대
사는 곳이 부산 남구 용호동이라 가까운 곳은 광안리, 이기대 두 곳이었다.
황령산도 좋지만 걸어가기엔 멀어서 안 되고 광안리는 아마 아침 일출행사를 하기 때문에 번잡할 것 같고
가깝고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이기대로 가기로 했다. 두 명이 기생이 적장을 안고 바다로 뛰었다는 그곳..
걸어서 넉넉잡아도 40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6시 40분쯤에 나왔다.
미리 알아본 봐에 의하면 용호동 일출시간은 7시 20분이었다.
아들과 오래간만에 새벽 산행을 하면서 앞으로 대학은 어딜 갈 거며, 무슨 학과에 지망할 거냐 등등 물어보고
천천히 올라갔다.
약간 쌀쌀했지만 그래도 더운 것보단 나았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기 때문에 열이 나서 몸은 훈훈해졌다.
7시 20분쯤 거의 정확히 도착했는데 뭐냐 저건??
수평선 위로 거대한 해무가 마치 베를린 장벽처럼 해를 가리고 있었다.
해는 서서히 해무끝단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붉게 빛나고 있었다.
시뻘건 용암 같다고 할까?
하지만 7시 40분이 다 되어도 해무가 걷히지 않아 해님을 볼 수없었다.
해를 보러 온 많은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어머 아직 해가 안 떴나 봐?"라고 해서 "이미 떠었거든요!!"라고 당당히 무지를 깨우쳐 주고 싶었다.
아들은 해가 떠오르지 않고 추워서 그런지 이제 그만 가자고 재촉 인다.
발에 없던 뾰루지도 있다고 넉스레를 떤다. 손도 얼고 코도 얼고..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8시까지만 더 있기로 했다.
실제로 일출을 보러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배처럼 정박해 있는 것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누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다들 째려볼 것만도 같았다.
그리고 7시 50분에 이르러서야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감동은 그다지..이었지만 인간은 사고한 것에도 특별한 의미를 갖다 붙이는 걸 좋아하는 존재라
올라오기 전 가족의 건강과 큰아들의 대학 무사 진학을 기원하려고 했는데.. 그만 깜박하고 말았다.
이제 침해끼가 생긴 건가?
새해의 유래
아들과 산을 내려오면서 새해의 유래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다.
새해에 일출을 보는 것은 언제,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아냐고 물었는데
요즘 아이들답게 당당히 모르는 것이었다.
내가 어째 알아요!! 자랑이다 이놈아
새해는 새로운 해라는 순우리말이다.
우리나라의 새해 풍습은 민족적인 전통이나 농업생활과 관련이 있는데 전통적인 날은
음력으로 1월 1일이 아니라 전날인 12월 30일이다.
하지만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1월 1일에 새해를 맞이하는데 이는 로마의 여신 중에 juno라고 있는데 그를
기리기 위해 1월 1일에 축제를 했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르렀다는 것
그래서 우리나라도 1월1일에 친지를 방문해서 인사를 하고 세배를 하며 용돈을 받고 성묘를 가기도 한다.
이것이 문화전통적인 측면이고
농사를 짓는 시골에서는 집안의 악운을 쫒기 위해 집 주변에 불을 피우고 '농사비'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이로써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고 한다. 이것이 농업과 관련이 있는 측면이다.
좋지만 어색한 우리 부자 사이
산을 내려오는 40분 동안 우리 부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아들과 말이 라도 섞어 볼까?
부자간의 대화는 쉽지 않다.
여자여자 간의 대화는 쉽다. 매우
여자 남자 간의 대화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남남 간의 대화는 친구 간의 대화는 쉽지만 아들과의 대화는 힘들다.
마땅히 물어볼 게 없다.
그래서 검색어 찬스를 써보니 공통관심사 찾기, 열린 자세로 듣기, 포지티브 피드백 주기, 평범한 주제로 이야기하기, 유머러스하게 하기 등등이 있었다. 이중에 내가 잘하는 건 유머러스와 열린 자세로 듣기다. 나머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야 진전이 보이 듯 아들과의 진심 어린 대화를 위해서는 아들보다 내가 먼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아빠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먼저 대화를 시도해야 하고 아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줘야 한다.
난 그랬을까? 우리 아버지도 그랬을까?
일출을 보는 2시간가량의 시간이 앞으로 아들과의 관계 개선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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