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 결심하다.
잘 타던 자전거 안장 폴대가 부러지는 바람에 더 이상 탈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내리막길이 아니었고 평지라 그리고 천천히 타서 큰 부상은 없었다.
1년 전에 그란폰도 자전거 대회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크게 굴렀는데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생각하면 천운이란 생각이 든다.
안장 폴대가 부러져 자전거는 베란다에 고이 모셔두고 가벼운 달리기를 하자는 생각에
주말 한번 달려봤는데 느낌이 좋았다. 자전거나 달리기는 같은 유산소 운동이지만 차이가 있다.
자전거 장점과 단점
자전거는 주로 하체 운동이다. 반복적으로 페달을 밟게 되면 하체 근육이 이완과 수축이라는 운동을 하는데
이를 몇 시간이고 계속하니 근육이 발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퇴사두근이 발달된다.
그렇게 커진 근육엔 글리코겐이라는 에너지원이 저장되는데 이는 성인병의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무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이라 무릎관절이 좋지 못한 사람에겐 추천운동이 될 수 있고
소모 열량 또한 매우 높아 살을 빼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단점이 거의 없는 운동인데 굳이 따지자면 상체운동은 생각만큼 되질 않는다.
자전거는 페달으 잘 밟기 위해 코어에 힘을 주고 상체는 살짝 웅크리고 허리는 세우는 데
모든 에너지가 페달을 밟기 위해서 쓰이기 때문에 상체엔 큰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오히려 힘을 뺀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그래서 상체근육 펌핑이 잘 되질 않고 하체에 비해 상체는 빈약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넘어졌을 때 부상의 정도가 매우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했는데 찰과상은 기본이고 뼈도 부러질 수도 있다.
의식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 뭐! 달리기는 어떻지?
첫날 달리기를 했다. 최소 1시간은 달렸다. 1시간은 "운동 쫌 했어!"라는 만족감을 주는 최소 시간이다.
그렇게 빨리 뛰지 않았는데 중간중간 쉬었다. 안뛰다 뛰니 힘들었다.
원래 목표는 쉼없이 1시간을 달리는 것이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만족을 하며 계속 그렇게 숨이 찰 때까지 달렸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 갔는데 '천천히 달리기의 과학'이란 책을 알게 되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
천천히 달리는게 생각보다 운동효과가 크다는 것이었다.
운동이란 자고로 숨이 턱끝까지 차야만 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훗날 이 사실은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일순 가네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천천히 달리기란 뭐냐고?
옆사람과 달리면서 가벼운 수다를 할 정도로 달리는 것을 말한다.
속도로 치면 4~6km/h 인데, 파워 워킹보다 느리다.
대신 뛰기 때문에 전신 운동이 되고 체중의 2~3배가 다리에 걸린다.
하지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힘든 운동이 아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위의 3가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힘들지 않으며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으면
일반적인 빠른 달리기의 장점을 다 가질 수 있고 오히려 빨리 달림으로 인한 젖산증가를 막을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프로선수까지 심폐지구력 증가의 효과를 보는 통계도 있다.
천천히 오랫동안 달리면 심폐지구력이 좋아져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이 만들어진다.
편안하게 오랫동안 달리면 산소를 사용하는 우리 몸이 산소를 편안하게 사용하는 몸으로 바뀌게 된다.
유산소 운동은 에너지원으로 지방과 탄수화물을 쓰는데 빨리 달리게 되면 신체는 유산소 운동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전환이 된다. 이때 지방은 배제하고 탄수화물만 쓰게 되는데 과도한 탄수화물 사용으로 인해 각 장기에 탄수화물이
공급되질 않고 몸은 금방 지치게 되고 면역력 또한 저하된다.
그래서 천천히 달려 보았다. 그랬더니
숨이 차지 않았다. 정말 편안하게 천천히 뛰었다. 인내심이 필요했고 자존심은 구겨버렸다.
난 처음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세뇌시켰다.
내 뒤에서 뛰던 사람들은 모두 나를 제치고 앞서 나갔다.
파워워킹을 하는 아줌마들은 의기양양하게 나를 제쳤으며 심지어 어린이들은 웃으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꿋꿋이 1시간을 뛰었는데 힘이 전혀 들지 않았다. 힘들게 뛰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근육만 약간 땡겼다.
힘이 들어야 운동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책내용을 다시 상기하며 마음을 잡았다.
그렇게 일주일에 3번을 한 달 정도 뛰었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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